‘큰초성 풀어쓰기(김명수)’의 한글 세계화 기여 가능성에 대한 평가
— 로마자 표기의 대·소문자 구별과 한글 모아쓰기의 창조적 융합 —
김슬옹
1. 한글 세계화의 새로운 지평을 향하여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지 582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문자로서 그 우수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왔으나, 세계 문자로 나아가는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 한계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디지털 환경에서 11,172자라는 현대 한글의 코드 체계는 한국어 전용에는 충분하지만, 세계의 다양한 언어음을 표기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명수 한국어정보학회 이사가 제안한 ‘큰초성 풀어쓰기’(이하 ‘큰풀’)는 한글 세계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혁신적 방안으로 주목할 만하다.
2. 로마자 대·소문자 구별의 장점을 한글에 접목하다
‘큰풀’의 핵심 원리는 초성을 크고 굵게 표기한다는 점이다. 이는 로마자 알파벳이 대문자(Uppercase)와 소문자(Lowercase)를 구별하여 문장의 시작이나 고유명사를 표시하는 방식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로마자에서 대문자는 단순한 크기 차이를 넘어 의미 단위를 구분하고 가독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NEW YORK’과 ‘new york’, ‘Apple’(회사명)과 ‘apple’(사과)의 차이가 그러하다.
‘큰풀’은 이러한 대·소문자 구별의 기능적 장점을 한글에 적용하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한글의 음절 구조에 맞게 재해석하였다. 초성을 크게 씀으로써 음절의 시작점을 시각적으로 명확히 드러내어, 풀어쓰기의 가장 큰 약점인 ‘음절 경계 모호성’을 해결한 것이다. 이는 한글의 과학성과 로마자의 실용성을 창조적으로 융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3. 모아쓰기의 본질을 풀어쓰기 속에 살리다
훈민정음의 가장 독창적인 특징 중 하나는 초성·중성·종성을 모아 하나의 음절 글자로 구성하는 모아쓰기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한 눈에 음절 단위를 파악할 수 있게 하여 읽기 속도와 인지 효율을 높인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 이 모아쓰기는 글자 조합의 유한성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현행 유니코드 체계에서 한글은 11,172자의 완성형 글자로 제한되어 있어, 옛한글이나 외국어 음성을 정확히 표기하기 어렵다.
'큰풀'은 풀어쓰기를 채택하면서도 모아쓰기의 본질적 장점을 보존하려 한다. 초성을 크게 표기함으로써 음절의 시작을 명확히 하고, 초성·중성·종성이 가로로 나란히 배열되어 음절 단위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완전한 풀어쓰기도, 완전한 모아쓰기도 아닌 제3의 길로서, 두 방식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한 절충안이라 할 수 있다.
4. 세계 문자·인공지능 언어로서의 확장 가능성
'큰풀'이 한글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무한 조합의 가능성이다. 현행 모아쓰기 체계에서는 디지털 글꼴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조합 가능한 글자 수가 제한되지만, '큰풀'은 초성·중성·종성을 독립된 코드로 처리하여 이론적으로 무한한 조합이 가능하다. 이는 세계 각국 언어의 다양한 음성을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특히 AI 시대에 '큰풀'의 잠재력은 더욱 주목된다. 김명수 이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AI 언어 이해 정확도에서 한글이 97.4%로 다른 주요 언어(영어 72.3%, 중국어 68.9% 등)를 크게 앞선다. 이는 한글의 자질문자적 특성, 즉 1음소 1음가의 체계적 대응 관계 덕분이다. '큰풀'은 이러한 한글의 음운론적 투명성을 극대화하면서, 소리·글자·코드의 동기화를 더욱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체계로서 AI와 인간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5. 문맹 퇴치와 소리글자로서의 보편적 가치
세계 문맹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문자 체계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세종대왕께서 ‘글모르는 백성’을 위해 ‘쉽게 익혀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했던 정신은 오늘날 세계 문맹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큰풀’은 이러한 훈민정음의 본래 정신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서 의미가 깊다.
또한 현재 세계의 소리글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로마자 알파벳은 표음의 불완전성이라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영어에서 같은 철자가 다른 소리로, 다른 철자가 같은 소리로 발음되는 불규칙성은 널리 알려진 문제이다. 이에 비해 한글, 특히 '큰풀' 체계는 1음소 1음가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무한한 조합 가능성을 갖추어, 세계 공용 소리글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6. 훈민정음 정신의 세계화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
김명수 이사의 ‘큰초성 풀어쓰기’는 한글의 세계화라는 오랜 과제에 대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로마자의 대·소문자 구별이 갖는 시각적 명확성, 한글 모아쓰기의 음절 인지 효율성, 풀어쓰기의 무한 조합 가능성을 하나의 체계로 융합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물론 ‘큰풀’이 실제로 세계 문자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기존 한글 사용자들의 적응 문제, 폰트 및 입력 체계의 표준화, 국제적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 자체가 갖는 의미이다. 세종대왕께서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우리만의 문자를 만드신 것처럼, 이제 한글은 세계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큰풀’의 서문에서 김명수 이사가 밝힌 바와 같이, ‘세계인이여 쉽게 익혀서 미래에는 [큰풀] 하나로 마음까지 소통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염원은 바로 훈민정음 창제 정신의 세계적 확장이라 할 수 있다. 2026년 훈민정음 반포 580돌과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앞둔 지금, ‘큰풀’과 같은 혁신적 시도들이 한글의 세계화라는 큰 물결을 이루어 나가기를 기대한다.